ᴄᴀᴛᴇɢᴏʀɪᴇs/독서

수선

윤소 2026. 9. 4. 08:34

일본의 전통 공예 중 부서진 물건을 수리하는 기법은 우리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교훈을 준다.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이 공예를 긴츠쿠로이라고 하며, 해석하면 '금빛 수선'이라는 뜻이다. 

 

도자기가 부서졌을 때, 이를 버리는 대신 갈라진 틈새와 흠집마다 금박을 덧바르고, 애정을 담아 수리한다. 결과적으로 파손된 도자기는 독특하고 더 아름답게 재탄생한다. 새로운 삶, 귀중한 내력, 피할 수 없는 삶의 균열을 향한 존중과 명예로운 상징을 지닌 존재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때 부서졌으나 지금은 호전된 덕분에 더 아름답다. 방치, 배신, 학대, 트라우마, 상실이나 죽음 등 우리를 상처 입힌 것이 무엇이듯, 회복하는 과정은 슬픔에서 시작된다. 슬픔을 느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은 금박처럼 우리를 다시 온전하게 이어준다.

 

슬픔의 열차는 역으로 들어올 때 다른 온갖 차량도 거느린다. 하나의 상실은 과거의 상실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아픔까지 일깨운다. 

 

슬픔은 대단히 무섭과 심신을 소모하는 감정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마음을 헤집고, 그 과정에서 밀어두었던 오래된 슬픔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픔과 새로운 절망이 맞물리면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소모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우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없다. 감정을 억누르는 행위도 고통스럽고 소모적이다. 감정을 거부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차라리 그 에너지를 치유에 쓰는게 훨씬 이로울 것이다.

 

슬픔은 상실에서 온다. 상실에 관한 목록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다. 우정이 끝나고, 이혼하고, 직장과 독립성을 잃는다. 상실의 형태는 다양하고,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은 전부 애도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상실에 대응하는 법 보다는 고통을 피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슬픔을 피하는 이유는 슬픔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슬픔에 얽힌 모든 것, 즉 우리는 격분하게 하고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며, 몹시 두려운 감정들 때문이다. 

 

그리고 회피는 해가 뜨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행동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은 어떻게든 오기 마련이다. 보통 몸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징후로 그것을 깨닫는다. 이 시기에 우리의 마음은 혐오와 갈망 사이에서 요동친다. 식료품점에 가는 것 같은 평범한 일과도 몹시 버거울 수 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슬픔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다. "슬픔은 부단히 당신을 노린다. 당신이 취해야 할 태도는 마음을 다해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슬픔이 만족할 때까지 당신을 쥐고 흔들도록 두는 것이다. 언젠가는 슬픔이 제 일을 다할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슬픔은 떠날 것이다. 그러나 고집부리고, 거부하고, 맞선다면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회피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응 기제다. 결과적으로 슬픔은 매우, 매우 고독한 상태로 귀결된다.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소중한 사람들과 격리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는 연인과 멀어져서 육체적이고 성적인 교류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로의 손길에서 더 멀어지고, 자주 다양한 사람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거나 상처를 줄 것이고, 특히 회피하면서 동시에 슬퍼하고 있을 때 이렇게 반응하기 쉽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슬픔 때문에 쉽게 낙담하거나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직장 동료와 가벼운 잡담도 나누지 않고 사교적인 태도를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상처를 회복하는 방법 중 아는 것이라곤 부상당한 동물처럼 은둔하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슬픔을 방치하면 예측할 수 없는 분노, 불안, 신경과민, 과도한 충동, 미루기, 그리고 폭풍 같은 감정 속에서 일시적인 안정을 주는 중독으로 변질될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슬픔은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고, 우리가 과감하게 살펴보기 전까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처 - 책 불행 앞에 노래 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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