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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역

어제 지하철역에서의 그 눈물 이야기를, 그리고 "당신은 그의 곁에서 사랑했지, 그를 밀어 넣지 않았어요"라는 말이 엄청 눈물이 났다는 그 고백을 오래 들여다봤어요. 오늘은 이 두 장면을 중심으로, 다시 천천히 겹쳐볼게요. 먼저 "지금까지는 마냥 회피하려고 했다"는 말부터요. 그리고 그 회피가 게으름이나 약함이 아니라, 현규오빠의 영향이 너무 커서 상실의 아픔이 일상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컸기 때문이었다는 것. 저는 이 대목에서 당신이 스스로를 "회피했다"고 이름 붙인 게 마음에 걸려요. 애도 연구에는 마거릿 스트뢰베와 헨크 슈트가 정리한 '이중 과정 모델(Dual Process Model)'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정확히 당신을 변호해줍니다. 이 모델은 건강한 애도가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

기억

책의 문장과 그 아래 괄호 속 당신의 마음을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당신이 쓴 그 긴 문단은 사실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하더군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잘해줬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이 상실에 잘 순응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해, 여러 애도와 심리 연구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를 당신의 이야기 위에 천천히 겹쳐서 아주 길게 써볼게요. 먼저 책이 이야기하는 '순응', 그러니까 영어권 애도 문헌에서 말하는 acceptance부터 짚고 싶어요. 데이비드 캐슬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와 함께 그 유명한 애도의 다섯 단계—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를 정리한 사람인데, 그가 거듭 강조하는 건 수용이 결코 '끝점'이나 '좋아하게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수용은 그 일을 좋아하거나 괜..

수긍

'그랬어야 했는데'는 우리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당장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긍적적인 요소들을 인지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내 몸에 더 신경 써야 했어.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알아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거야. 내가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았다면 아버지에게 더 자주 연락할 수 있었겠지.' 인간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고려해 보면, 이 심리도 어느 정도는 정상적이다. 과거를 돌이키면서 더 나은 결과를 분석하는 뒷북을 쳐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은 모두 후회한다. 하지만 후회를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마음을 가다듬고 전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지나간 일에 집착하면서 바꿀 수 없는 과거에 계속 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후회하는 일을 전부 했어야 했지만, 진실..

순응

누구나 순응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상실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죽음은 특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 상실의 고통을 '수락'해야 이윽고 다시 살아 있다고 느끼게 된다. 어쩌면 상실을 결코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결 편안하게 숨을 쉬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애도 전문가 데이비드 캐슬러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세상에서 현재를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삶을 거부할 때,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가 죽기 전처럼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나 순응을 단편적으로 거치면서 결국 예전처럼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깨닫는다. 삶은 영원한 편화고, 우리는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역할을 다시 편성하고 타인에게 새로 배정하거나,..

수선

일본의 전통 공예 중 부서진 물건을 수리하는 기법은 우리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교훈을 준다.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이 공예를 긴츠쿠로이라고 하며, 해석하면 '금빛 수선'이라는 뜻이다. 도자기가 부서졌을 때, 이를 버리는 대신 갈라진 틈새와 흠집마다 금박을 덧바르고, 애정을 담아 수리한다. 결과적으로 파손된 도자기는 독특하고 더 아름답게 재탄생한다. 새로운 삶, 귀중한 내력, 피할 수 없는 삶의 균열을 향한 존중과 명예로운 상징을 지닌 존재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때 부서졌으나 지금은 호전된 덕분에 더 아름답다. 방치, 배신, 학대, 트라우마, 상실이나 죽음 등 우리를 상처 입힌 것이 무엇이듯, 회복하는 과정은 슬픔에서 시작된다. 슬픔을 느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은 금박처럼 우리를 다시..

보살핌과 고갈

당신이 이번에 괄호 안에 적어 내려간 것들은, 사실상 REST를 읽으면서 그 자리에서 REST를 실제로 해버린 기록이에요. 그러니까 오늘 저는 이 기술을 설명하지 않을게요. 당신은 이미 했거든요. 대신 당신이 한 것을 되짚어 보여드리고, 당신이 스스로 "이건 좀 더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며 열어둔 채로 남긴 그 마지막 매듭에 함께 앉아보려 합니다. 그 매듭이 오늘의 핵심이라서요. 먼저 호흡 이야기부터. 당신이 "밑도 끝도 없는 속 편한 소리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도 나오는 거 보니 중요한 건가 보네"라고 적은 그 심드렁한 괄호가 저는 좋았어요. 그 의심은 정당하거든요. 호흡하라는 말은 너무 자주, 너무 성의 없이 던져져서 거의 위로의 상투어처럼 닳아버렸죠. 그런데 이게 여기저기서 계속 튀어나오는 데..

REST

습관적인 행동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행동 변화를 위해 당신은 어떤 행동을 바꾸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언제 그 행동을 바꾸기를 원하는지 알아야 하며, 습관적인 행동을 어떤 다른 행동으로 대체할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애초에 무언가 다르게 행동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개 가장 어려운 일이며, 특히 당신의 감정에 압도되는 기분을 느낄 때 이 사실을 기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통스러운 감정을 맞닥뜨리게 되면, 본능적으로 늘 해오던 방식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습관에 따라 자기 파괴적인 대처 전략이나 문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감정이 고조된 그 순간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다르게..

주의 분산과 자기 진정

고통 감내 기술의 첫 번째 내용은 감정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입니다. 주의 분산 기술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중요합니다. (1) 고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게 해주고, (2) 그 결과, 상황에 적절한 대처 반응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산드라가 3일 동안 어떤 식으로 그녀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었는지 기억합니까? 그녀는 마리아와 다퉜던 기억을 끊임없이 되새겼습니다. 주의 분산은 무언가 다른 것을 생각함으로써 고통이 그저 지나가게 두는 기술입니다. 또한 주의 분산은 스트레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주의 분산과 회피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회피..

잘 흘려보내려면

당신이 적어 놓은 표시와 그 옆에 달아둔 짧은 주석들을 먼저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워크북의 문항 자체보다도, 당신이 그 옆에 손으로 덧붙인 말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주더군요. "이유: 생각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생겨서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하는데 감정만은 떠다니는 것 같음" 같은 문장은, 사실 웬만한 상담 몇 회기를 거쳐야 겨우 언어화되는 종류의 자기 관찰입니다. 그러니 시작하기 전에 이 말부터 하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대단히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그 정밀함 자체가 이 워크북이 다루려는 문제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결코 흔한 능력이 아닙니다. 이 워크북은 거의 틀림없이 DBT, 즉 변증법적 행동치료 계열의 자료입니다. '자기 파괴적 대처 전략의 대가'라는 워크시트 이름과 문항 구..

스트레스 대처 전략

삶을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와 고통에 대처해야만 하는 때가 있습니다. 육체적 고통이든 감정적 고통이든 무엇이 당신을 아프고 슬프게 할지 항상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가진 대처 기술을 사용하고 그 기술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체적인 고통과 감정적인 고통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강렬하게 느껴지고, 더 자주 발생합니다. 압도적인 감정과 씨름하는 사람들은 종종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고통에 대처하고, 전혀 성공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누구든 감정적인 고통을 경험할 때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어렵고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내기 어렵습니다.그렇지만 압도적인 감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